부동산 - 중도금 지급기일 전 중도금 지급. 이행의 착수일까?
부동산 매매
보통 부동산을 매매할 때, 부동산 매매대금은 계약금, 중도금, 잔금 3단계로 정하게 되고 계약금은 계약금 당일 또는 계약체결일로부터 가까운 기간 내로, 중도금과 잔금은 어느정도 기간을 정해 지급기일을 정하게 됩니다.
한편 민법 제565조는 "매매의 당사자일방이 계약당시에 금전 기타 물건을 계약금, 보증금등의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교부한 때에는 당사자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어 각 당사자는 '당사자 일방의 이행의 착수' 전 까지는 교부된 계약금 상당액을 해약금 조로 교부하며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매수인이 중도금 지급기일 전 중도금의 일부를 지급한 경우 '이행의 착수'라고 볼 수 있을까요?
서울고등법원 2022. 6. 30. 2022나2005213 판결
일반적으로 중도금에 대하여 "이행기의 약정이 있다 하더라도 당사자가 채무의 이행기 전에는 착수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특약을 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이행기 전에 이행에 착수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2002. 11. 26. 2002다46492 판결을 인용하며 특약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행기 전에도 이행에 착수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요, 나름 최근인 2022년 서울고등법원에서 다른 취지의 판결이 있어 소개합니다.
사실관계는 일반적인 상황과 동일하게 계약금이 지급되었고, 이후 계약금과 동일한 금액이 중도금 일부로 지급되었는데, 이에 대하여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해당 금액의 반환을 요청하였고, 매수인이 이를 거절하자 매도인은 해당 금액 및 계약금의 배액을 공탁하며 계약의 해제를 통보하였고, 매수인은 남은 금액(잔금)을 공탁하며 분양자 명의변경을 청구한 사례입니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① 원고가 계약일로부터 불과 6일만에 피고에게 잔금 등 지급의무를 이행한다는 취지를 전혀 고지함이 없이 전체 매매대금 대비 5% 남짓에 불과한 금원만을 일방적으로 송금한 점,
② 기록상 시공사 일정에 변경이 생겼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고, ‘상호협의 아래 잔금일을 앞당길 수 있다’는 약정 조항은 문언상으로도 매수인이 일방적으로 잔금일을 앞당길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되는데, 원고와 피고 사이에 잔금일을 앞당기는 데 협의가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여,
원고가 2020. 11. 9. 피고에게 2,000만 원을 송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원고가 계약 이행에 착수하였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의 2020. 12. 1. 해제권유보 조항에 따른 계약 해제 의사표시로 이 사건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보았습니다.
시사점
과거 법원은 원칙적으로 이행기 전이라도 이행의 착수에 나설 수 있다는 원칙아래 특별한 사정(특약)이 있는 경우에만 중도금 지급기일까지 해제권이 유보된다는 입장을 고수하였습니다.
이는 "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표시를 하고 일정한 기한까지 해약금의 수령을 최고하며 기한을 넘기면 공탁하겠다고 통지를 한 이상 중도금 지급기일은 매도인을 위하여서도 기한의 이익이 있다고 보는 것이 옳고, 따라서 이 경우에는 매수인이 이행기 전에 이행에 착수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매수인은 매도인의 의사에 반하여 이행할 수 없다"고 본 대법원 1993. 1. 19. 92다31323 판결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위 서울고등법원 판결에서는 잔금일을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이 '상호협의' 아래 가능하다는 점, 전체계약의 일부가 중도금으로 지급되었다는 점(사례에서는 중도금 없이 잔금 지급기일만 존재하였습니다), 중도금의 일부가 지급된 즉시 반환의사를 밝혔다는 점 등이 그 고려요소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중도금의 일부, 즉시 반환의사를 밝혔다는 상황이 있긴 하지만 적어도 중도금 전부 또는 일부만 보낸다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행의 착수라고 보던 기존 사례보다는 완화된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중도금 지급기일 이전에 중도금의 일부가 지급된 경우라도 계약의 해제의사가 있다면 즉시 계약의 해제의사를 밝히는 동시에 받은 돈과 계약금의 배액을 즉시 상환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상대방이 받을 의사가 없다면(아마 중도금 기일 전 지급한 매수인이라면 송금에 협조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공탁을 통해 이행제공을 한 후 법적 대응에 나선다면 원치않는 계약의 진행을 막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민사소송인 만큼 일률적으로 적용되기 보다는 개별적인 사안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우선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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