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체결단계에서 전해진 아이디어를 사용한다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차)목은, "사업제안, 입찰, 공모 등 거래교섭 또는 거래과정에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타인의 기술적 또는 영업상의 아이디어가 포함된 정보를 그 제공목적에 위반하여 자신 또는 제3자의 영업상 이익을 위하여 부정하게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하여 사용하게 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의 일종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것은 거래교섭 혹은 거래과정에서 제공받은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아이디어를 정당한 보상없이 사용하는 것을 규제하기 위하여 제정된 규정인데요, 이 규정의 적용요건을 처음으로 제시한 판례를 소개합니다.
대법원 2020. 7. 23. 2020다220607 판결
해당 판결은 프랜차이즈 업체인 피고와 광고대행회사인 원고 사이의 분쟁이었습니다. 피고는 원고와 계약을 체결하여 광고용역 결과물인 네이밍, 콘티 등을 제공받았는데, 피고는 원고로부터 용역계약을 결과물을 제공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제작비를 지급받지 않은 채 해당 결과물을 이용하여 신제품을 출시하였고, 다른 광고용역업체와 계약을 체결하여 결과물을 이용한 광고를 시작하는 등 판매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이에 용역비를 지급받지 못한 원고(광고대행업체)는 피고(프랜차이즈업체)와 다른 광고대행업체를 상대로 이들의 행위가 저작권침해,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광고의 사용금지 및 폐기, 네이밍의 금지 및 폐기, 손해배상을 구한 사건입니다.
재판부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기술적 또는 영업상의 아이디어가 포함된 정보’(이하 ‘아이디어 정보’라 한다)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아이디어 정보의 보유자가 그 정보의 사용을 통해 경쟁자에 대하여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거나 또는 그 정보의 취득이나 개발을 위해 상당한 비용이나 노력이 필요한 경우인지 등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다만 아이디어를 제공받은 자가 제공받을 당시 이미 알고 있었거나 동종 업계에서 널리 알려진 아이디어는 위 (차)목의 보호대상에서 제외된다[위 (차)목 단서]. ‘거래교섭 또는 거래과정에서 제공받은 아이디어 정보를 그 제공목적에 위반하여 부정하게 사용하는 등의 행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거래교섭 또는 거래과정의 구체적인 내용과 성격, 아이디어 정보의 제공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아이디어 정보의 제공으로 달성하려는 목적, 아이디어 정보 제공에 대한 정당한 대가의 지급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아이디어 정보 사용 등의 행위가 아이디어 정보 제공자와의 거래교섭 또는 거래과정에서 발생한 신뢰관계 등을 위반한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고 판시하며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한 원심 판단을 수긍하며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타인의 아이디어는 보호받아야 한다
산업 전반에서 디자인에 대해서는 과거보다 그 경제적 가치를 인정하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으나, 네이밍이나 광고 콘티, 캐치프레이즈 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그 결과물이 단어 하나, 글 한 문장 또는 문단 등이라는 이유로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많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위 판결은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용역계약에 따라 용역결과물을 만들어 내느라 고생한 광고대행업체 입장에서는 용역비를 지급받기 위한 민사소송 뿐 아니라, 위와 같은 부정경쟁방지법 등의 주장을 통해 용역비 뿐 아니라 손해배상을 함께 물어 정당한 용역비를 지급하지 않으려는 상대방을 압박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법무법인 함지, 박선우 변호사(sunnnw@gmail.com, 053-755-7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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