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권, 건축자재 납품업자도 가능할까?

 

길을 다니다 보면 새 건물임에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건물이 있곤 합니다. 그런곳에는 '임대'가 쓰여져 있는 것이 대부분이겠지만, 심심치않게 '유치권 행사중'이라는 플래카드가 붙어있곤 하는데요.

 

유치권이란 타인의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점유한 자가 그 물건에 관하여 발생한 채권이 있을 경우 그 채권을 변제받을 때까지 물건 등을 유치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민법 제320조). 즉, 건물에 붙은 유치권 행사중이라는 의미는, 현재 해당 플래카드를 걸고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는 사람이 해당 부동산에 관하여 발생한 채권의 채권자이고, 해당 채권을 모두 변제받을때까지 이를 점유하고 있는 것이지요.

 

일반적으로 공사와 관련된 유치권 행사는 공사대금입니다. 공사를 하기 위하여 건물의 점유를 넘겨받아 공사를 한 업자가 공사대금을 지급받을때까지 소유자에게 점유를 이전하지 않고 스스로 점유를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만약 해당 건물의 재료인 시멘트, 자갈 등을 공급하고 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공급업자가 어떤 이유로 불법점유가 아닌 원인으로 부동산을 점유하게 되었는데, 이를 기화로 하여 건물에 대하여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요?

 

 

대법원 2012. 1. 26. 선고 2011다96208 판결

 

해당 판결은 위 사안과 동일한 사례에 관한 판단입니다. 대법원은, 피고는 위 건물 신축공사의 수급인과의 약정에 따라 그 공사현장에 시멘트와 모래 등의 건축자재를 공급하였을 뿐이고, 이러한 피고의 건축자재대금채권은 그 건축자재를 공급받은 수급인과의 매매계약에 따른 매매대금채권에 불과한 것이고, 피고가 공급한 건축자재가 수급인 등에 의해 위 건물의 신축공사에 사용됨으로써 결과적으로 위 건물에 부합되었다고 하여도 건축자재의 공급으로 인한 매매대금채권이 위 건물 자체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즉, 유치권을 주장한 피고가 가진 채권은 건축자재대금채권이고, 이는 공사의 수급인과의 매매계약에 의해 발생한 매매대금채권에 불과한 것이므로 건물 자체에 관하여 생긴 채권(결과적으로 그 자재가 건물에 부합되었다 하더라도)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유치권에 있어 채권과 물건의 견련관계

 

결국 유치권에 있어 주장하는 채권과 점유하는 물건 사이의 견련관계에 있어 대법원은 결과적으로 매매목적물이 건물에 부합하였더라도, 그 채권은 매매대금채권이므로 건물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므로 견련관계를 부인한 것입니다. 언뜻 생각하면 이해가 되지 않지만, 해당 채권은 재료 자체에 대한 매매대금 채권이고, 재료가 건물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공사라는 또 다른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떠올려본다면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여기서 해당 재료를 공급받아 건물을 건축하는 공사업자의 공사대금채권이 유치권의 피담보채권이었다면 유치권은 성립하였겠지요.미묘한 차이 같지만, 조금만 더 살펴보면 두 가지의 차이를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법무법인 함지, 박선우 변호사(sunnnw@gmail.com, 053-755-7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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