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목적을 숨기고 출입을 허락받은 경우 주거침입?

 

우리 형법에는 주거침입죄가 있습니다. 형법 제319조에서 규정하고 있는데요,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주거침입죄가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은 '주거하는 자의 사실상의 평온'입니다. 그런데, 만약 어떤 사람이 불법인 목적을 숨기고 타인의 주거공간에 들어간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할까요?

이는 형법 공부를 할 때 유명한 판례인 소위 '초원복집' 사건의 케이스입니다. 해당 판결은 영업주의 명시적 혹은 추정적 의사에 반하여 타인의 주거에 출입한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는 내용입니다. 저 역시 대학시절 형법공부를 할 때 위 판결을 보고 공부를 한 기억이 있습니다.

 

 

대법원 2022. 3. 24. 2017도18272 전원합의체 판결

 

이 판결은 위 소개한 초원복집 사건을 폐기한 전원합의체 판결입니다. 피고인은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음식점에 영업주의 승낙을 받아 통상의 방법으로 출입하였는데, 피고인의 실제 목적은 함께 식사를 할 상대방과 대화하는 장면을 상대방과 식당 주인 몰래 촬영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하여 제1심은 기존 판례를 기준으로 유죄로 판단하였으나, 제2심(원심)은 피고인이 영업주의 승낙을 받아 음식점에 들어갔고, 영업주 몰래 카메라를 설치할 목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영업주의 의사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위 사안에 대하여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영업주가 실제 출입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더라도, 주거침입에 있어 침입에 해당하는지는 출입 당시 객관적, 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 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음식점에 영업주의 승낙을 얻어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들어갔다면 '사실상의 평온'이 침해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며, 위 '초원복집'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례를 폐기하였습니다.

 

 

결론, 주거침입은 '객관적, 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한다.

 

위 대법원의 판결은 주거침입죄의 성립은 해당 주거의 형태, 주거에 출입할 당시 '객관적, 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사실상의 평온'이 침해되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하였습니다. 또한 '추정적 의사'를 기준으로 판단을 할 경우 주거침입의 성립범위가 과하게 넓어질 수 있다는 점 역시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법무법인 함지, 박선우 변호사(sunnnw@gmail.com, 053-755-7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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