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봐도 같은 회사인데, 다른 법인이라는데요

 

주변을 보면 종종 대표이사 등 임원, 사무실 위치, 하는 일, 직원까지 모두 동일함에도 회사의 이름이 바뀌는 경우를 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이 경우 회사의 상호를 단순히 변경한 경우도 있겠지만, 기존 회사는 폐업하고 새로운 회사를 신설하는 경우도 있을텐데요, 그렇다면 기존 회사에 대한 채권을 가지고 있던 사람은 어떻게 될까요? 기존 회사가 폐업을 하였기 때문에 그 채권은 휴지조각이 되어버리는 걸까요?

 

원칙적으로는 그렇겠지만, 예외적인 경우 신설 회사에 대하여 자신의 채권을 주장할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법원 2016. 4. 28. 선고 2015다13690 판결

 

해당 판결은 기존 회사에 대한 채권자인 원고가 신설 회사는 기존 회사의 실질 경영자가 동일한 사업 목적으로 설립한 것으로 기존 회사의 주요 자산이 대가의 지급 없이 피고 회사에게 이전되었으므로 기존 회사의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설립된 것이라 주장하며 신설 회사에 대하여 기존 회사에 대한 채무의 이행을 청구한 사안입니다.

 

이에 대하여 재판부는, "기존회사가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기업의 형태·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신설회사를 설립하였다면, 신설회사의 설립은 기존회사의 채무면탈이라는 위법한 목적달성을 위하여 회사제도를 남용한 것이므로 기존회사의 채권자에 대하여 두 회사가 별개의 법인격을 갖고 있음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고, 기존회사의 채권자는 두 회사 어느 쪽에 대하여서도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볼 것이다(대법원 2004. 11. 12. 선고 2002다66892 판결 참조). 그리고 여기서 기존회사의 채무를 면탈할 의도로 다른 회사의 법인격이 이용되었는지는 기존회사의 폐업 당시 경영상태나 자산상황, 기존회사에서 다른 회사로 유용된 자산의 유무와 그 정도, 기존회사에서 다른 회사로 이전된 자산이 있는 경우 그 정당한 대가가 지급되었는지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5. 13. 선고 2010다94472 판결 등 참조)."는 원칙을 제시하며,

 

신설 회사와 기존 회사가 동일한 사업 목적으로 설립되었다는 점, 실질적으로 동일한 소재지에서 영업이 이루어진다는 점, 자산 양수도 계약에도 불구하고 그 대가가 지급되지 않았다는 점, 기존 회사가 가지고 있던 특허권을 신설 회사가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하여 신설 회사가 기존 회사의 채무 면탈을 이라는 위법한 목적달성을 하기 위하여 설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실질적인 측면에서 동일하다면, 기존 회사에 대한 채권도 주장할 수 있다

 

위 판결을 보면 주장을 인정받기 위한 요건이 매우 엄격해 보이긴 합니다. 그러나 기존 회사의 채권자로서는 가만히 있다면 자신의 채권이 휴지조각이 되는 결과밖에 없게 되므로, 채무 면탈을 위하여 설립한 회사가 그 외관과 업종에 있어 어느 정도의 유사성이 보인다고 생각될 경우 나머지 요건은 소송과정에서 확인해볼 수 있으므로, 적극적인 대응을 해볼만한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법무법인 함지, 박선우 변호사(sunnnw@gmail.com, 053-755-703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