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혼적 사실혼

 
우리 민법은 법률혼주의이긴 하지만, 예외적으로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 사회관념상 가족질서적인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사실혼이 성립되었다고 보아 법률혼에 준하여 부부공동생활을 전제로 한 권리, 일상가사대리권, 부양청구 등이 인정되고, 사실혼이 해소되었을 경우 함께 형성, 유지하였던 재산에 대한 분할청구, 사실혼 파탄의 책임을 물어 위자료 등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다만 상속의 경우 기존 포스팅에서 보았듯이 힘듭니다).
 
그렇다면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는 있었지만, 둘 중 한 사람에게 법률상 배우자가 있었던 경우에도 위와 같은 권리가 인정될 수 있을까요?
 
 

대법원 2001. 4. 13. 선고 2000다52943 판결

 
해당 판결에서는,
 
"사실혼이란 당사자 사이에 주관적으로 혼인의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도 사회관념상 가족질서적인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는 경우라야 하고(대법원 1987. 2. 10. 선고 86므70 판결, 1995. 3. 28. 선고 94므1584 판결 등 참조), 법률상 혼인을 한 부부가 별거하고 있는 상태에서 그 다른 한 쪽이 제3자와 혼인의 의사로 실질적인 부부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사실혼으로 인정하여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할 수는 없는 것이다(대법원 1995. 7. 3.자 94스30 결정, 1995. 9. 26. 선고 94므1638 판결, 1996. 9. 20. 선고 96므530 판결 등 참조)." 라는 원칙에 따라 해당 사례는 사실혼인지 여부도 불분명하고, 중혼적 사실혼은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나아가 다른 하급심에서는 "법률상의 혼인을 한 부부가 별거하게 되면서 그 중 어느 한쪽이 제3자와 혼인의 의사로 실질적인 혼인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사실혼으로 인정하여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허여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하였습니다.
 
즉, 법률상 혼인을 한 자가 그 배우자와 별거하고 다른 사람과 실질적인 혼인생활을 하였더라도 이는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받는 사실혼으로서 인정을 받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법률혼주의에 기초하여 중혼적 사실혼은 인정되지 않는다

 
우리 민법에서 보는 혼인의 근본이 법률혼주의라는 점, 예외적으로 사실혼관계를 인정하는 것은 법률혼이라는 형식을 취하지 아니한 채 실질적인 부부공동생활을 영위하는 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 이를 인정할 경우 우리 민법에서 금하고 있는 중혼을 실질적으로 인정하게되는 모순적인 결과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볼 때 위와 같은 판결은 합리적인 결론으로 보입니다.
 
 
 
 
 
 

법무법인 함지, 박선우 변호사(sunnnw@gmail.com, 053-755-7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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