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분할의 사전포기?

 

흔한일은 아니지만, 상담을 하다보면 간혹 배우자의 재산분할 포기에 대한 질문을 듣곤 합니다. 보통 일방 배우자가 부정행위 등을 한 타방 배우자로부터 부정행위에 대한 추궁을 하던 중, 타방 배우자로부터 '다시는 외도를 하지 않겠다. 만약 다시 외도를 저지른다면 이혼은 물론 재산분할도 모두 포기하겠다'는 식의 약속 아닌 약속을 받은 경우인 것이죠.

 

제가 상담하였던 경우, 상담하시는 분으로부터 상대방 배우자가 저런 말을 했었다는 정도의 이야기만 들었을 뿐 이것이 서면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입증할만한 대화내용 또는 음성녹음이 없어 본격적으로 다루지는 않았었지만 아래에서 볼 판례는 각서가 실제로 작성된 경우였습니다.

 

재산분할의 사전포기는 과연 가능한 것일까요?

 

 

부산가정법원 2017. 3. 23. 선고 2016드단208804, 2016드단209845 판결

 

해당 사례 역시 외도가 발각 된 후 일방 당사자가 타방 당사자에게 'A과 부적절한 관계로 재산분할을 포기하는 동시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각서를 작성해준 경우입니다.

 

재판부는 위 각서의 효력 유무에 앞서 재산분할제도의 취지에 대하여,

 

"민법 제839조의2에 규정된 재산분할제도는 혼인 중에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실질적인 공동재산을 청산, 분배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것이고,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이 성립한 때에 법적 효과로서 비로소 발생하는 것일 뿐만 아나리 협의 또는 심판에 따라 구체적 내용이 형성되기까지는 범위 및 내용이 불명확, 불확정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권리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 없으므로, 협의 또는 심판에 따라 구체화되지 않은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서면을 작성한 경우,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공동재산 전부를 청산, 분배하려는 의도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액, 이에 대한 쌍방의 기여도와 재산분할 방법 등에 관하여 협의한 결과 부부 일방이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성질상 허용되지 아니하는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포기'에 불과할 뿐이므로 쉽사리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로서의 '포기약정'이라고 보아서는 아니된다(대법원 2016. 1. 25. 2015스451 결정 참조)" 라고 판시하며,

 

해당 사전협의 역시 이혼의 제반 조건에 대한 진지한 협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고, 재산액, 기여도, 분할방법 등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는 상황에서는 성질상 허용되지 않는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포기에 불과하여 효력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재산분할은 혼인 중 이룩한 공동재산의 청산, 분배라는 성질을 가진다

 

재산분할은 혼인 중 이룩한 공동재산을 정리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진지한 협의가 없는 '단순한 사전포기'의 경우 효력이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혼소송을 수행하다 보면 재산분할과 위자료의 성질에 대한 오해를 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역시 비슷한것 같습니다. 재산분할은 말 그대로 공동재산의 청산, 분배, 정리 등의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 일방 배우자의 유책 유무와는 논의의 평면을 달리 하는 것으로 유책에 의한 문제는 이혼 자체의 성립유무 및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인 위자료에서 논할 문제라는 것을 꼭 유념하셔야 합니다.

 

 

 

 

 

법무법인 함지, 박선우 변호사(sunnnw@gmail.com, 053-755-7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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